2024 서울국제도서전 2024.06.26 – 06.30 l 코엑스 C&D1홀

해외도서전 한국관

2020 베이징국제도서전 한국관

개요

『Your Next Book』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도서전 개최 취소로 한국관 운영 대신 한국의 평론가와 편집자가 추천한 도서 50권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책을 만들어 해외도서전 개최 국에 전달하였습니다.

『Your Next Book』에 소개된 도서 일부를 소개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자료실에 첨부된 파일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식물의 책

이소영

공원, 가로수, 정원은 물론이고,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랜테리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정도로 식물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곁에 있는 식물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국립수목원·농촌진흥청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리며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이소영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형태, 이름, 자생지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더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소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몬스테라, 딸기 등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식물의 책』에 담았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이 책은 낯선 세계와 맞닥뜨린 한 젊은 여성 창작자의 시선이 담긴 작업 일지이자, 한 사람이 자신의 내부에 쌓인 겹겹의 편견을 마주하고 깨뜨려 나가는 성장기다. 독립 다큐멘터리영화 감독이자 ‘로드스쿨러(Road Schooler)’ 이길보라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유학생활을 통해 새롭게 얻은 배움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 즉 ‘코다(Coda)’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부모의 수화언어와 세상의 음성언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그는 그렇게 사람과 세상의 경계를 보고 느끼고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가 사회가 정한 기준을 고분고분 따르는 삶을 거부했던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아시아 지역 배낭여행을 한 후 학교 밖 공동체에서 배움을 이어간 기록을 〈로드스쿨러〉>라는 다큐멘터리로,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다큐와 책으로 담아낸 일련의 활동도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의 ‘정상성’과 그 기준에 의문을 가졌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영화제작 환경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지속한다는 건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새로운 곳에서 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렇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필름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날 마음을 품었지만, 여전히 유학비와 체류비는 해결하기 힘든 고민거리였다. 그때 아버지가 던진 한마디는 그 모든 망설임을 떨치게 만든다. “보라야, 괜찮아, 경험.”
농인 부모가 평생 몸으로 체득해온 말이었다. 부모의 삶이 담긴 그 말을 발판 삼아 이길보라는 암스테르담 필름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고, 거기서 만난 젊은 예술가들과 암스테르담의 문화는 청년 이길보라에게 전혀 새로운 모험과 시선들을 선사한다. 들리지 않았기에 직접 부딪혀 세상을 감각해야 했던 부모처럼, 이길보라 또한 낯선 세계를 몸으로 겪어낸다. 이곳에도 구분짓기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다름을 포용하려는 시도이며, 그 시도를 존중하는 태도다. 그건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을 경험이다.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김혜령

이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안녕하지 못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마음 돌봄의 기술’을 전한다. 저자는 현대인을 힘들게 하는 우리 뇌의 세 가지 특성으로 ‘주의산만함, 불안감, 부정적인 경향성’을 뽑으며 이 세 가지 특성만 없었어도 살기가 훨씬 수월했을 거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걱정거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지도 않고,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기분 좋은 정보를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면 괴로울 틈도 없을 거라고 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특성과 반대되는 기능을 강화시킨다면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내게 좋은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나를 위한 긍정적인 감정을 ‘선택’하고, 괴로운 것을 흘려보내고 좋은 생각을 강화할 수만 있다면 마음이란 녀석이 우울과 불안에서 헤엄치거나 분노와 한 몸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저자는 마음이 제멋대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운전대를 꽉 사수해야 한다고 말하며, 마음의 자율주행모드를 끄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소개한다. 마음챙김은 과거나 미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대신에 그 생각을 하는 ‘현재의 나’를 바라보게 한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오롯이 경험하지 못하고 상념에 빠져 있기만 하다면, 또 그게 지속된다면 마음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의 운전대를 놓는 순간, 우리는 위태로워진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에 따라 생각과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연습을 한다면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물질의 물리학

한정훈

질량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빛도 물질인가? 자석은 왜 자석인가? 왜 어떤 물질은 전기를 통하고 다른 물질은 그러지 못하는가? 2차원, 1차원 물질도 있는가? 도대체 ‘물질’이란 무엇인가? 『물질의 물리학』은 물리학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탐구해가는 과정에서 발견된 그래핀, 초전도체, 양자 홀 물질, 위상 물질 등 기묘한 물질들의 세계를 직관적이고도 자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양자물리학이 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비전공자에게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저자는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독창적인 비유로 이를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예를 들면 물질을 호텔에, 물질 속의 전자를 그 호텔의 투숙객에 비유하는 3장 ‘파울리 호텔’이 그렇다. 파울리 호텔에는 설계도(양자역학)도 있고, 운영 방식(배타원리)도 있다. 투숙객(전자)들은 위아래층(전자의 에너지 정도)을 오르내리고, 복도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아래층으로 내려오려면 이 구멍으로 떨어져야 한다. 떨어지면서 쿵, 꽈당 등 다양한 소리(빛)도 낸다. 흥미로운 비유를 곁들여 읽다 보면 양자역학, 분광학, 전자기학 지식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다 지금은 어린이 독서 교실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대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것들을 쓴 책이다.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어린이의 특성을 일방적으로 규정하거나 매뉴얼화 시킨 ‘육아법’ 등이 아닌, 한 명의 대등한 인간으로서, 즉 ‘작은 어른들’로서 어린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어린이들과의 재미있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읽는 사람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틈이 없도록 만들면서도, 어린이들을 대하는 그 시선이 매우 공정하고 따스하다는 데 있다. 그는 아이들을 시혜적으로 바라보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천사같다거나 사랑스럽다는 등 한 가지 측면으로 대상화 하지도 않는다. 그는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나 마찬가지라며, 존중 받아본 어린이들은 점잖게 행동할 수 있다고, 어른들이 기다려준 경험, 어른들로부터 배려를 받아본 경험을 한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다.

그냥, 사람

홍은전

『그냥, 사람』은 저자 홍은전이 노들장애인야학을 그만두고 보낸 5년의 사적이고도 공적인 기록이다. 그 시간 속에서 홍은전의 극적인 변화, 반면 거의 변하지 않은(어쩌면 오히려 퇴보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가장 연약하기 짝이 없는 힘없는 사람들, 힘없는 존재들의 삶(특히 ‘고통’과 ‘저항’)을 가장 정직하고, 가장 격렬하고, 가장 서정적으로 옮겨 적은 기록이다. 거기에 담긴 홍은전의 마음은 아주 작은 존재들에, 그래서 더 소중한 존재들에 뜨겁게 온몸으로 반응한다.
글 속에는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공통의 사건, 사고도 많지만, 평생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사람들, 존재들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살아 있다고 알았는데 ‘갑자기’ 사고로 죽은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 그래서 저항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수한 동물들이다. 어디를 펼쳐도, 홍은전의 기쁨과 슬픔, 분노와 절망,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대개는 담담하되, 가끔은 격렬하게 표현된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고양이 카라와 홍시를 만나면서 그전까지의 ‘가슴이(심장이) 아팠다’는 표현 대신, ‘가슴이 쿵쿵 뛰었다’ ‘충격적으로 좋았다’ 같은 표현들이 자주 등장해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을 만나고부터 홍은전의 겪은 혁명적인 변화, 즉 채식,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활동은 글 쓰는 존재가 애정하는 대상을 만나 스스로의 삶이 얼마나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는지, 동시에 그의 글이 얼마나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지를 참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