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세상은 잔인하리만치 멈춰있는 듯 보입니다.
함께 살자는 절박한 구호는 매해 반복되고 뉴스는 온통 기시감이 드는 것뿐입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지구의 문제가 해결이나 개선 없이 고착된 상태로 정지해버린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세상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움직였고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 건 누군가의 반걸음이었습니다.
변화에는 반드시 최초의 반걸음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를 질주하게 한 세계의 작동 방식을 틀어보자며 잠깐 뒤로 물러선 반걸음이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옳다고 생각한 쪽으로 용기 있게 내디딘 반걸음이든
최초의 반걸음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다시 다른 반걸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반걸음에 반걸음이 이어지면 세상은 비로소 전진하게 됩니다.
이 자리는 그 최초의 반걸음에 대해 고찰하고 모색해 보는 자리입니다.
지금 세상에 어떤 반걸음이 필요한지 작가들의 성찰이 담긴 책을 만나고
각자의 분야에서 다른 방식으로 반걸음을 뗀 단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함께 만들어야 할 변화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을 나선 뒤 당신 또한 일상 속에서 반걸음을 내딛게 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작은 반걸음이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북큐레이터: 조성은 (레이어스랩, 로프트북스)
- 브랜드 리뷰: 송정원
- 공간 및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페시
- 친환경 구조물 제작: 페이퍼팝
그 어떤 변화도 처음의 반걸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반걸음에 담긴 동적 에너지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왜 한걸음이 아니라 반걸음일까요.
첫 번째는 가속의 시간 속에 뒤돌아보고 점검하자는 ‘멈춤’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변화를 위해 함께 발맞추어 걸어나가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사회로 반걸음을 내딛기에 앞서, 사회적 키워드를 담은 북 큐레이션을 통해
책에 투영된 반걸음의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좋은 사회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천천히 산책하듯 한 바퀴 둘러보며 인간적 온기와 감수성을 높이는 사유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사면서 살고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은 필연적입니다. 그렇다고 소비를 끊어낼 순 없습니다. 일상은 생필품의 도움으로 이어지니까. 모두에게 당장 필요한 건 더 좋은 소비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을 행동으로 바꿀 반걸음.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모인 프로젝트 그룹 그린오큐파이(Green Occupy)는 <움직이는 소분가게>를 통해 ‘꼭 필요한 만큼만, 포장 없이, 직접 구매하는’ 새로운 모습의 소비를 제안합니다. 또한 제로웨이스트 문화의 지역적, 연령별 편차를 낮추기 위해 승합차를 몰고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갑니다. 공존과 지속가능의 가치가 모두의 일상을 점거할 때까지 그들의 당찬 발걸음은 계속됩니다.
@greenoccupy
자극적인 제목, 맥락을 잘라낸 이야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시선. 우리는 정보 홍수의 시대, 정보에 대한 불신과 피로가 가장 높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뉴닉은 이런 현상에 물음표를 던지며, 매일 궁금한 세상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 세상과 연결하는 지식정보 플랫폼입니다. 뉴닉은 더 많은 이들이 내 삶 너머의 세상을 둘러보고, 현상의 이면을 발견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삶 너머와 더 연결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오늘도 반걸음 물러납니다. 앞에 있으면 놓칠 수 있는 등 뒤의 세상까지 보기 위해, 잘 들리지 않았던 소수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뉴닉의 반걸음에 이제 우리가 연대로 응답할 차례입니다.
@newneek.official
번화가 거리를 가득 메운 패션숍들, 매해 쏟아지는 패스트 패션, 점점 짧은 주기로 더 많은 옷을 쇼핑하는 사람들. 이 어마어마한 옷들은 다 어디로 갈까요? 어느덧 패션산업은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패션을 통해 자신을 더 멋지게 표현하는 동안 지구는 그 반대로 변해갔습니다. 다시입다 연구소는 이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질문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찾은 답은 재사용.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이 옷장의 21%를 차지한다는 통계에 주목한 다시입다 연구소는, 잠자고 있는 21%의 옷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의류교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패션 브랜드보다 멋진 의생활을 제안하는 이들의 반걸음을 응원합니다.
@wearagaincampaign
대형 마트가 우리의 삶에 들어오면서 곧게 쭉 뻗은 오이, 동그랗고 반듯한 사과, 흠 없이 매끈한 가지, 벌레 먹지 않은 배추 등은 당연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어글리어스 마켓은 이 당연함 뒤에 무엇이 있을까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이 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그리고 지구환경에 맞는 선택인가 질문합니다. 못생겼지만 건강한 농산물을 더 좋은 가격에 정기구독 형태로 소개하는 어글리어스 마켓은 결과물로 바라보았던 농산물을 생산자의 귀한 노동과 자연의 흐름을 통해 탄생한 하나의 결실로 바라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하고 모두의 지속가능한 미래까지 생각하는 이 가치 있고 못생긴 반걸음에 동참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uglyus.market
<매우 비싼 전기료 때문에 생활의 격차가 심하다>, <5명 중 1명의 아이는 교육을 받지 못한다. 학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이 학교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이 두 문제는 언뜻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요크는 이를 동시에 해결할 멋진 생각을 해냅니다. 학교에 태양광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솔라카우 프로젝트>. 이제 부모들은 무료로 전기를 얻기 위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충전하는 긴 시간 동안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 돌아가면 그 빛으로 밤에도 책을 읽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것은 얼마나 큰 가능성일까요.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는 요크의 의지와 반걸음, 세상을 지탱하는 건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yolkstation
음악을 듣고, 스탠드 아래에서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는 것. 우리가 사랑하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전기입니다. 매 순간 우리는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세상은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이노마드는 전기의 소비자로만 살아왔던 우리에게 이제는 생산자가 되어보자고, 환경을 해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를 귀하고 가치 있게 써보자고 제안합니다. 이노마드의 휴대용 수력 발전기는 우리가 당면한 환경 문제에 비하면 작은 반걸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반걸음이 차근차근 쌓여 전 지구인의 상식이 된다면 지구의 운명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hello.enomad
우리는 하루 세 번 식사를 합니다. 그것은 하루 세 번 자신과 다른 생명과 세상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만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위미트는 이 하루 세 번의 기회를 즐겁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채식 브랜드입니다. 누군가는 고작 채식 프라이드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지 회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미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물결이 된다고 믿는, 포기도 냉소도 모르는 긍정주의자입니다. 공생을 위해 지구를 위해 신념을 지키는 일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한다는 뜻이 되지 않도록, 위미트는 다양하고 색다른 미식 경험으로 채식의 장벽을 낮추고 지속가능한 채식 라이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채식이 모두의 보편적이고 즐거운 문화가 되길 바라는 이 긍정주의자의 반걸음은 한없이 단단하고 유쾌합니다.
@eat_wemeet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은 아직 지구에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자연분해 시간은 약 450년, 미세플라스틱은 알프스나 북극에서도 발견되며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도 플라스틱 조각은 섞여 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은 점점 증가하고 우리는 여전히 플라스틱 사용을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더 이상 플라스틱 생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온다 해도 고민은 남습니다. 이미 생산된 엄청난 플라스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 플라스틱 방앗간은 멋진 대답을 내놨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치 있는 재료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고. 플라스틱 방앗간은 지구의 골칫거리에서 유용한 일상품으로,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튼튼한 건축재료로 다시 태어날 플라스틱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plastic_mill
"환경에 안 좋은 거 알지만 액체를 담으려면 어쩔 수 없잖아 ""화장품 성분은 변화에 예민해서 어쩔 수 없어 "세상이 플라스틱 용기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할 때, 그 어쩔 수 없음을 넘어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톤28은 상식을 깬 재활용 가능 종이용기로 업계는 물론 모두의 일상에 새로운 반걸음을 만든 코스메틱 브랜드입니다. 지금까지 화장품은 건강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위한 일상 재화였지만 이제는 다르게 정의될 것입니다. <세상을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것>. 톤28은 플라스틱 용기가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종이용기 화장품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환경과 동물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많은 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그 불편한 반걸음에 동참할 것입니다.
@toun28_official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뉴스. 종종 접하는 소방관의 업무재해.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희생정신을 기립니다. 그러다 곧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잊습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되는 이야기. 119REO는 소방관의 이야기들을 세상으로 끄집어내고 우리가 기억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방식을 생각했습니다. 소방관들의 폐 방화복과 낡은 소방 호스를 수거해 사람들이 매일매일 사용하는 “가방”으로 탄생시켜 소방관과 함께 열정의 순간을 지내다 온 방화복에게 새 삶을 부여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하기 가장 좋은 방법. 매일 입고 쓰며 지니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은 다시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쓰입니다. 소방관을 쉽게 영웅이라 부르지만 영웅에게도 용기를 건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떠올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119REO는 말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요.
@119reo